되새김질하기

평범한 이들의 시국선언2

gurung 2009. 6. 22. 18:48

교수님 우리도 시국 선언 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64398&PAGE_CD=S0200

분명 희망은 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64929&PAGE_CD=S0200

고국 걱정에 하루도 맘 편할 날이없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64760&PAGE_CD=S0200

연극인 1037명 "민주주의 후퇴 등 총체적 난국"

http://www.ohmynews.com/NWS_Web/HotTag/HotTag.aspx?HOT_CD=0000001549

 

국민이 잔소리해야 나라가 산다

서울 강북구 인수동 주민의 시국선언문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웃 여러분.

 

저희는 북한산 아랫자락 한마을에 사는 강북구 인수동 주민입니다. 대학 교수·종교인·문인· 영화인·원로 등이 시국선언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잘못 가고 있는 걸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 이명박 정부는 바꿀 생각을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마을에서 일하고 살림하고 공부하고 아이 키우는 우리까지 시국선언에 동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게 꼭 그들만 하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우리 같이 생활하는 '평민'들이야말로 책임지는 일에 민감합니다. 내가 한 요리, 내가 어지른 싱크대, 내가 버린 쓰레기, 우리가 키우는 아이. 누군가 책임지지 않으면 우리 살림살이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삶을 책임 있게 살고 살림을 알뜰하게 꾸려가는 우리가 보기에 '전문가'들은 책임의식이 형편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정치 후진국이다", "교육이 무너졌다", "경제가 위기다", "남북 관계가 위험하다"는 소리를 귀가 닳도록 듣고 있습니다. 누구 책임일까요. 우선은 전문가 책임이 아닐까요. 정치 전문가, 교육 전문가, 경제 전문가, 국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섰지만 속 시원하게 문제를 풀지 못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그들이 잘못했다고,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용기가 없는 속 좁은 겁쟁이라는 사실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엉이 바위라는 벼랑 끝으로 몰아붙여 죽음 밖에는 아무 것도 택할 게 없는 처지로 만든 검찰과 언론, 현 정권은 어떠한 책임도 지려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저 편하게 앉아 손을 놓은 채로 그들의 입에서 성실한 반성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건 씨도 뿌리지 않는 논에도 쌀을 기다리는 일과 같습니다. 그들이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합니다. 

 

한 집안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나와 친구들의 인생을 더욱 책임 있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마을을 함께 만들어가는 좋은 이웃으로서, 우리는 무책임한 한국 사회에 애정 어린 잔소리를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어쩌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음을 선택한 것은 우리 국민이 권력 집단과 전문가 집단을 감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500만 명을 넘어선 조문객이 한 목소리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라고 울먹입니다. 우리가 침묵하는 사이 '바보' 노무현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한 노쇠한 정치권력, 수구 언론 권력, 재벌 권력, 사법 권력과 싸우다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바보' 노무현을 비방하기에 바빴습니다. 대부분은 노무현과 싸우던 권력에서 흘러나온 말들을 우리 국민들이 큰 고민 없이 읊조리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가 죽고 나서야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반성합니다. 우리의 눈물이 더욱 진한 이유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꺼져가는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지폈습니다. 우리는 체념하며 살아왔던 것을 반성합니다. 권력들에 속았던 우리가 진짜 바보였음을 고백합니다. 이제는 악이 잘 되고 선이 지는 현실에 침묵으로 거들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썩어빠진 정치에 무심하지 않겠다고, 거꾸로 가는 남북 관계를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단돈 30원을 올려주기 싫어하는 회사에 항의하다 죽음을 선택하야 하는 노동자가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고, 할 이야기를 하는 국민으로 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입니다. 그는 이제 우리 모두의 대통령입니다. 그를 비방하고 욕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꾸중하고 회초리를 드는 것은 책임을 함께 통감하는 것입니다. 내가 한 말에 내가 책임지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우리는 내가 싫다고 함께 하지 않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묶여있습니다.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제는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얘기했던 '시민권력'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대통령이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도록 최선을 다해 견제하고 다음에는 더 나은 대통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자식입니다. 그가 버린 쓰레기는 우리가 치워야 합니다. 잘하든 못하든 우리 자식입니다. 그래서 쓰지만 약이 되는 소리를 내야 합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에게 몇 마디 하겠습니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혀끝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발끝에서 나오는 행동을 우리는 여전히 기대합니다. 그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 국민이 일어섭니다.

 

대통령님은 지금 매우 책임 있는 자리에 서계십니다. 많은 국민들이 원해서 대통령의 자리에 서게 되셨습니다. 우리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자식 낳아놓고 후회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대통령님, 우리는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국가브랜드이미지가 제고 되는 것보다 대한민국이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 중요합니다. 내 자식이 1등하는 것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는 것이 우리 부모 마음, 생활하는 사람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대통령님, 우리는 대한민국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종태라는 대한통운 특수고용노동자가 자살을 했습니다. 78명의 동지들을 집단 해고한 고용주에게 항의하고 원직복직을 요구하다가 박종태 씨는 결국 죽음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렇게 안했으면 누가 그들의 얘기를 들어줬겠습니까. 일하는 사람보다는 기업의 이익이 우선인 세상에서 우리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초라해지고 무기력해집니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행복해지지 않습니까. 대통령님, 일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주인 대접받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우리는 대한민국이 전쟁 없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과 북은 6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긴장상태에 있습니다. 북은 개성공단폐쇄, 핵실험, 미사일발사와 같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위험한 선택을 계속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북이 그렇게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PSI전면참여, 한미 핵우산 명문화 추진과 같은 강력한 맞대응만을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싸움이 끝날 수 없는 구도로 몰려가는 것입니다. 지켜보는 우리가 아슬아슬합니다. 북에 지금 긴장상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평화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지혜로움을 부탁드립니다.

 

대통령님, 우리는 대한민국이 건강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대강 살리기와 같은 건설경기부양책으로 일시적인 경제성장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의 이익만 좇아갈 때 자연 파괴로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앓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 마지막으로 경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승리한 사람만이 떳떳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결국 아무도 떳떳해지지 못합니다. 일제고사와 자율형 사립고가 부추기는 지금 같은 경쟁에서는 승리한 아이는 다음에 올 패배가 두려워 다른 사람이 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불안해 할 것이고 패배한 아이는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고 자신의 다른 소중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존엄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상품성에만 마음이 빼앗겨 소중한 심성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이웃여러분 그리고 대통령님.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봅시다. 우리 아이들은 남과 북이 시원하게 열린 나라에서 살 수 있었으면. 우리 아이들은 예비군훈련 가서 초라하게 앉아있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들은 시간 없어서 라면과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들은 밤새 공부하고 나서 낮에는 엉뚱하게 책상에서 엎드려 자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들은 아토피 걸린 피부를 벅벅 긁으면서도 인스턴트 과자를 먹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들은 비싼 돈 내고 대학 들어가서 출석 체크만 하고 도망 나오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들은 대학 졸업하자마자 빚쟁이가 되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들은 돈 없다고 자녀 앞에서 초라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09년 6월 17일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서울 강북구 인수동 주민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