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이 안길 차례입니다.
강정규
2007, 518 하루 앞두고
56 년 만에 통일 기관차 휴전선 처음 넘던 날
당신 민들레 홀씨 되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옆구리 고름 주머니 떼어 버려도 되겠지요.
부디 이제 어머니 품에 안기소서
사람들 하찮게 여기는 것 귀하게 여기고
사람들 귀하게 여기는 것 하찮게 여기고
이 땅에서 당신, 가장 낮고 천하게 사셨으므로
가장 높고 귀했습니다.
사람들 좋아하는 것 단호히 뿌리치고
사람들 피하는 것 품 열고 받아들이며
사시사철 무르팍 나온 싸구려 바지, 검정 고무신 신고
빌뱅이 언덕 및 흙집 마당
개구리 풀꽃이며 메뚜기 지렁이까지 친구였습니다
여기서 당신, 상 타지 않았으므로 거기서
받을 상이 크고,
누구보다 아팠으므로 이제 거기서 위로 받을 차례입니다.
여기서 당신, 충분히 슬펐으므로
외로워 울었으므로 누구보다
가난하였으므로 거기서 마땅히 풍요를 누리소서.
그래야 우리가 위로를 받습니다
살아 이 땅의 어린이들 살찌우고,
죽어서 재 되어 이 땅의 나무 거름 된다 하셨지요.
여기서 당신, 옆구리 고름 주머니 차고
매일 조금씩 자신을 죽여가며
우리네 젖줄 되어 먹이셨으니 이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서는 당신이 젖먹이
아기 되어 부디 어머니 품에 안기소서.
이제, 당신이 맘 놓고 안길 차례랍니다.
- -2007년 5월 17일 깊은 밤에 (2007. 5. 18. 소년한국일보)
돌아가신지 2주기를 지났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그분의 교훈을 듣지 못하고 크고 좋은 것에만 집중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려울 때는 어려워서 구걸하며 사셨고, 자신의 형편이 부유해졌음에도 가난을 실천하며 모든 것을 나눠 주신
그 실천의 삶을 배우며 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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