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김질하기

침묵-박노해

gurung 2008. 12. 12. 17:11


때로는 침묵이 말을 한다.

사람이 부끄러운 시대

이상이 몸을 잃은 시대에는

차라리 침묵이 주장을 한다.


침묵으로 소리치는 말들,

말이 없어도 귓속의 귀로

마음속의 마음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목숨의 말들


아 피묻은 흰옷들 참혹하여라

아직 말을 구하지 못한 이 백치울음

그러나 살아있는 가슴들은 알지

삶은 불을 잉태하고 있다는 걸


진실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침묵속에 익어가고 침묵속에 키워지고

마침내 긴 침묵이 빛을 터트리는 날

푸른 사람들, 소리치며 일어설 것이다


침묵이 말을 한다

침묵이 소리친다


박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