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김질하기

용서-이현주

gurung 2009. 3. 6. 16:49


용서는 용서하는 쪽과 용서받는 쪽을 함께 치유한다. 그러나 다른 한 쪽이 변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남을 억지로 변화시킬 수 없다. 우리의 할 일은 할 수 있는 대로 남을 용서하는 것뿐이다.
용서의 효과가 온전히 나타나는 데 몇 년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그것은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아버지와 나는 습관처럼 반복되는 분노와 적개심을 주고받으며 오랫동안 사이가 좋지 못했다. 내가 자신을 좀더 잘 이해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내가 여러 면에서 아버지를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에 대한 아버지의 분노 뒤에 숨은 아픔을 헤아릴 수 있었다. 프랑스에 “이해하는 것이 용서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나와 아버지를 좀더 깊이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그분에 대한 나의 사랑이 싹을 틔웠다.
아버지는 내게 운전기술도 가르쳐주셨고 의과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학비도 마련해주셨다. 그밖에도 아버지가 내게 해주신 여러 가지 일들에 감사한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정규적으로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한 줄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수년 뒤 집에 갔다가 우연히 아버지 책상 서랍을 열었을 때 거기서 나는 여러 번 읽은 흔적이 뚜렷한 내 편지들이 고스란히 묶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Roger Walsh, Essential Spirituality, (John Willey & Sons, Inc. 1988), pp.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