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김질하기

행복하게 살려면-이현주

gurung 2009. 3. 6. 16:43


여러 해 전, 한 젊은 여자가 내게 세 번째 비밀(“행복하게 살려면 ‘사랑’이 되어라.”)의 힘을 증명해 보여준 자기 어머니에 대하여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정 부모가 자기네 집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공항까지 배웅을 나갔다. 거기서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네 시간을 날아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주 나쁜 소식이라면서, 비행기가 착륙하려고 고도를 낮출 때 엄마에게 심장마비가 왔고, 비행기가 착륙을 마쳤을 때에는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는 거였어요. 다음다음날 나는 비행기를 타고 엄마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집으로 갔지요.”
아주 멀고 슬픈 귀가 길이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땅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이 어떠했을까가 궁금해졌다. 당신 인생에 대하여 깊이 만족하며 숨을 거두었을까? 아니면, 크게 후회하며 숨져갔을까? 겁이 났을까? 아니면 평안했을까? 당신이 평생토록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그걸 알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녀 뺨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도착하는 대로 곧장 집으로 달려가니 빈소는 문상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녀 어머니는 무슬림이었다. 그런데도 문상 온 사람들 가운데는 여러 종파와 인종이 고루 섞여 있었다. 집 안이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향을 떠난 지 꽤 오래 되었기에, 모르는 얼굴들이 많았고, 그래서 그녀는 계속 아버지에게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아야 했다.
아까부터 빈소 한 구석에 앉아있는 여인이 눈에 띄었다. 아버지에게 저 여자가 누구냐고 묻자, 당신도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어머니와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결국, 빈소 한 구석에 말없이 앉아있는 중년 여인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녀가 여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저는 고인의 막내딸입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아무도 부인을 안다는 사람이 없어서요. 우리 어머니를 어떻게 아시는지요?”
낯선 여인이 머뭇거리며 대꾸했다. “미안해요. 실은 나도 돌아가신 분을 모른답니다.”
그녀가 깜짝 놀라 다시 물었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오셨나요?”
“수년 전, 내가 몹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였어요. 너무나 괴롭고 절망스러워서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지요. 하루는 시내에 볼일이 있어 버스를 탔는데, 옆 자리에 앉은 부인이 책을 읽고 있더군요. 얼마쯤 뒤에 그 부인이 읽던 책을 무릎에 얹고는 내게 말을 걸어왔어요.” 그녀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부인이 말하기를, ‘당신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군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부인이 너무나 친절했고 열려있는 분으로 느껴졌기에, 신상에 일어난 일과 그에 대한 내 속생각까지 모두 털어놨답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달리 살아보기로 마음먹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결심은 나뿐 아니라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 인생을 바꿔놓았지요.”
“그런데, 그 일이 우리 어머니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날 너무나 내 문제로 골몰해있었기에 그 부인한테 나를 소개하지도 못했고 부인 이름을 알아두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엊그제 신문에서 그 부인 사진과 함께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봤지요. 그래서 어젯밤 이리로 온 거예요. 돌아가신 분과 나는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그날 버스에서 함께 보낸 이십 분이 내 목숨을 구했던 겁니다.”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젊은 여자는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다시 울다가 다시 웃고, 그리고 또 울다가 웃다가, 결국 울면서 웃었다. 그러고는 자기 어머니가 평생토록 어떻게 살았는지를 그 순간에 알았다고 말했다. 상대가 자식들이든, 남편이든, 친구들이든 아니면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든 간에 그녀가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 언제나 사랑과 친절이 그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것이 본인을 먼저 행복한 여인으로 만들었고 막내딸로 하여금 이렇게 말하도록 이끌었다. “어머니의 삶은 온통 사랑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 당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으로 이끄셨지요. 그날 나는 이렇게 기도했답니다. ‘저도 엄마처럼 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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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Izzo, the five secrets you must discover before you die (BK, San Francisco, 2008), pp. 8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