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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gurung 2008. 4. 15. 09:10

 

 

 

 

 

 

 

길은 내게 일렀다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걸어왔노라고


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가자니
내가 이 길을 왜 가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가는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허무와 슬픔이라는 장애물
나는 그것들과 싸우며
비틀거리며 길을 간다
그대라는 이정표
나는 더듬거리며 길을 간다

 

 

 

 


- 이정하

 

 

 

 

 

 

출처 : rainfalls
글쓴이 : 휘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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